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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공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12연기

by simsim_s 2021. 6. 13.

이런 고민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고민. 그러나 고민해봐도 답을 얻지 못하고 이내 포기하고 잊어버리곤 하는 질문입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마음 있는 생명은 윤회한다고 설명합니다. 태어나고 살다가 죽고, 다시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을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윤회라는 것은 어떠한 과정으로 진행될까요? 드라마나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이 죽으면 반투명한 유령이 몸에서 나와서 떠돌다가 다시 새로운 몸으로 쏙 들어가는 것일까요?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12연기라는 이론으로써 윤회의 과정을 설명합니다.

여기서 연기란, ‘()’이란, 특정한 조건에 의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는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12연기란, 12단계에 걸쳐서 앞에 있는 것을 조건으로 의존하여 다음 단계가 발생해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 이제 12연기 각각을 살펴봅시다. 12연기는 다시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1~2는 과거생, 3~ 까지는 현재의 생 그리고 ~12는 미래생에 속하는 요소들입니다.

 

과거생의 2단계

무명(無明) : ()이란 밝음으로 나 자신과 사물의 본 모습을 올바르게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혜가 없을 때, 마치 해도 달도 없는 캄캄한 밤처럼, 나 자신과 사물의 바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명이란, 시작 없는 때로부터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근본적인 어리석음을 의미합니다. 나 자신의 본 모습을 알지 못하고, 사물의 본 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 : 여기서 행()이란 무명 때문에 발생한 온갖 번뇌와 그로 인해 저지른 업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본 모습을 모르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생기면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마치 어둠 속에서 물 호스를 보고 뱀인 줄 착각하고 놀라서 도망치듯이, 우리는 나 자신과 사물의 본 모습을 알지 못하게 때문에, 그로 인해 나 자신과 사물에 대해서 집착하고 혐오하는 온갖 마음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러한 온갖 거짓된 마음을 바로 번뇌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번뇌의 마음으로 인해서 온갖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시작 없는 때로부터 지금까지 큰 바다와 같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 업()이라고 합니다.

 

현재생의 2단계

() : 이러한 업()의 힘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업의 힘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의식입니다. 과거의 업의 힘으로 한 생명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고 처음으로 의식이 형성됩니다. 의식이 형성되면 곧바로 를 인식합니다. 이러한 의 인식은 매우 오랜 습관에 의한 것으로 본능적이고 매우 견고합니다.

명색(名色) : ()이란 의식이고, ()이란 신체를 의미합니다. 나 자신을 의식한 이후에는 곧바로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이 의식은 신체와 늘 함께하며 신체를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거나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육처(六處) : 이제 의식과 신체를 갖춘 생명체는 점점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눈과 코 등의 감각기관들이 온전히 성숙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 외부의 사물을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육처(六處)는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의 외적인 감각 능력들과, 의식 내부의 심상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능까지 6종류의 감각 영역을 의미합니다.

() : 감각 능력들이 갖추어지면 이제 본격적으로 외부의 다양한 사물들, 환경들, 사람과 생물 등을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접촉 과정이 ()’입니다.

() : 접촉이 발생하면 경험이 일어납니다. 온갖 종류의 경험들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즐거운 경험, 괴로운 경험, 그리고 즐겁지고 괴롭지도 않은 무덤덤한 경험입니다.

() : 즐거운 경험에 대해서는 애착이, 괴로운 경험에 대해서는 혐오가 일어나며, 무덤덤한 경험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러한 3가지 반응 중에서 애착을 대표로 하여 애()라고 한 것입니다.

() : 애착이 일어나면 즐거움을 경험한 그 대상을 획득하고 소유하려는 동기와 행위가 일어나게 됩니다. 혐오가 일어나는 대상은 멀리하고 훼손시키게 되고, 무덤덤한 대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3가지 반응 행위 중에서 애착과 연관된 행위인 획득하는 행위, 즉 취()를 대표로 하여 이름 붙인 것입니다.

() : 대상을 획득하려고 하거나 혐오해서 멀리하는 등의 의도가 담긴 모든 행위는 행위가 끝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 형태로 저장됩니다. 이렇게 저장되는 업은, 다음 순간의 나의 존재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또한 다음 생으로도 이어져 다음 생에 태어나고, 여러 즐겁고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동합니다. 이처럼 현생에서 축적된 업()이 다음 생을 있게하므로, ()라고 한 것입니다.

 

미래생의 2단계

() : 현생에서 쌓은 업의 힘은 다음 생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업의 힘으로 인해서 또 다른 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음 생에서 다시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을 생()이라고 합니다.

노사(老死) : 미래 생이 시작되고 진행될수록, 이번 생과 마찬가지로 즐겁고 괴로운 온갖 경험을 하며 새로운 업을 쌓아가게 됩니다.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과 즐거움과 괴로움에 대한 애착과 미움으로 겪는 온갖 다툼과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미래생에 겪게 될 모든 경험을 통틀어서 늙고 병듦.’ , ‘노사(老死)’라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12연기를 모두 알아보았습니다. 해탈을 얻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윤회합니다.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외부의 절대자가 윤회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윤회의 원인이 계속 생겨나고 그 원인이 생겨나는 것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자동으로 윤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온갖 괴로움이 끝없이 반복되고, 그 괴로움의 원인과 조건을 통제할 수가 없으므로 윤회는 매우 괴로운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윤회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십이연기를 보면 정답이 이 안에 있습니다. 태어나고 죽고 태어나는 이 반복의 사슬의 맨 처음이 무엇인가요? 바로 무명(無明)입니다. 나 자신과 사물의 참된 모습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입니다.

동력장치가 없으면 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이, 윤회의 원동력인 십이연기의 맨 첫 번째, 무명을 제거하게 되면 자연히 윤회의 수레바퀴는 멈추게 됩니다. 나 자신과 사물의 참모습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되면, 이 지혜가 환하게 빛나며 무명의 어둠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면 더는 십이연기는 작동하지 않으며 윤회는 끝이 나고, 진정한 대자유와 변함없는 행복의 영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을 일컬어 해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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